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잠깐 수술 때문에 병원에 계실 때, 다른 환자들이 태블릿 컴퓨터로 영화를 보는 게 굉장히 부러우셨나 봐요. 어느 날 태블릿 컴퓨터 사달라고 하셔서 제가 하나 사드리고 작동법을 가르쳐 드렸어요. 그리고 옆에다가 다 써놨어요. 그런데 제가 커피숍에서 일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아빠가 전화로 작동법을 모르겠다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설명을 하다가 30분 동안 똑같은걸 물어보시길래 짜증을 냈어요. '아빠, 다 써드렸잖아요. 제가 설명해드렸잖아요.' 그랬더니 웃으시면서 '아이, 내가 참 이런 거 빨리 배웠었는데 이제 좀 어렵다' 이러시더라고요. '제가 지금 일하는 중이니까 다음에 가서 설명드릴께요' 하고 전화를 끊었어요. 그러고 아빠가 떠나신 다음에 병원에서 짐을 챙기는데 <태블릿 컴퓨터 정복하기>라는 책을 사 놓으신거에요. 근데 그 책이 너무 외로워 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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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힐링캠프에서 타블로가 공개한 일화다. 그는 얘기하는 동안 몇 번씩 눈물을 삼켰다. 이후 <슈퍼맨이 돌아왔다>, <쇼미더머니> 등 많은 방송에 출연하고, 여러 앨범을 냈지만 '타블로'하면 항상 이 얘기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나는 자주 다짐한다. '절대 저런 후회는 하지 말아야지'.
최근 사업을 시작한 엄마는 업무를 위해 사용하는 엑셀, PDF, 프린트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아빠는 프로그램을 물어보는 엄마를 보고 누가 그렇게 바보같이 사업을 하냐며, 방법을 모르면 때려치우라고 면박을 준다. 그렇게 말하면 안 돼. 누군가의 도움 없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본인은 얼마나 답답하겠어? 자존심이 상한 엄마는 더이상 아빠에게 묻지 않는다. 대신 상대적으로 친절한 나를 찾는다. 그럴 때면 군말 없이 일어나서 문제를 해결한다.
- 이거 출력하고 싶은데 배경까지 다 나와. 잉크를 너무 많이 쓰는데 다른 방법은 없어?
- 그건 jpg 파일이라서 같이 출력돼. 이거 말고 문서 파일로 받을 수 있으면 그걸 요청해봐.
- 엄마 이거 서류를 떼야하는데 온라인으로 할 수 있다더라? 어디서 해?
- 찾아봤는데, 국민연금 홈페이지에 들어가야 한데. 내가 출력해놓을게.
하지만 이런 마음도 여유 있을 때나 가능하다. 출근 버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나에게 엄마가 묻는다. 이 문서 핸드폰으로 보고 싶은데 안 열려. 어떻게 해? 누군가 단체카톡방에 한글 형식의 파일을 공유했다. 이건 아이폰에서 못 여는 파일 형식이야. 다시 생각해보면 나도 참 웃기다. 한글과 워드의 차이가 무엇인지 모르는데 그렇게 말하면 어느 누가 알아듣겠어? 한글? 그럼 그건 어떻게 해야 볼 수 있는데? 대충 답하나.핸드폰으로는 못 봐. 지갑을 어디에 놨더라? 오늘 비가 온다고 했었는데 우산 챙겨야지. 그럼 이거 파일 못 봐? 엄마 이거 확인해야 하는데? 잠깐 와서 봐봐. 아 바빠 죽겠는데 진짜. 아 그거 핸드폰으로 못 본다고! 컴퓨터 켜고 PC 카카오톡 들어가서 다운로드 해! 결국 터뜨리고 만다. 엄마는 짜증스러운 답변에 조용히 컴퓨터를 켠다. 버스를 타러 가는 길, 하늘이 흐리다.
사무실에 도착하고 컴퓨터에 앉아 메시지를 보낸다. 아침에 짜증내서 미안해. 한글 파일 볼 수 있는 어플이 있는지 찾아볼게. 으휴 바보. 그렇게 말하지 말라면서 내가 아빠랑 다를게 뭔데? 금세 답이 온다. 짜증 낸 거였어? 짜증으로 안 받아들였는데? ㅋㅋ 고마워! 착한 엄마. 다시 한번 다짐한다. 나는 저런 후회 하지 말아야지.

2020년 6월 20일(토)
오늘 쓰는 어제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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